집에서 일하면 편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흐트러졌습니다
처음 재택근무를 시작했을 때는 솔직히 기대가 컸습니다. 출퇴근 시간도 줄고, 집에서 편하게 일할 수 있으니까 훨씬 효율적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침에 여유 있게 일어나서 바로 컴퓨터를 켜고 일을 시작하면 된다고 가볍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한 달 정도 지나고 나니까 느낌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출퇴근이 없는 건 분명 편했는데, 일은 오히려 더 오래 하고 있었습니다. 시작 시간은 점점 늦어지고, 끝나는 시간은 점점 뒤로 밀렸습니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는데도 “오늘 뭐 했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특히 집이라는 공간이 문제였습니다. 소파에 앉아서 노트북을 펼치면 옆에는 TV가 있고,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침대가 보였습니다. 중간에 물 마시러 가다가 냉장고를 열게 되고, 잠깐 쉬자고 누웠다가 그대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계속 반복되니까 집중이 끊기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습니다.
그때 조금 느꼈습니다. 집에서 일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효율이 올라가는 건 아니라는 걸요. 오히려 아무 기준 없이 시작하면 더 흐트러지기 쉬운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중이 안 되는 이유는 의지가 아니라 환경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의지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더 집중하면 되고, 마음을 다잡으면 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일부러 더 오래 앉아 있으려고 해봤습니다. 그런데 오래 앉아 있는 것과 집중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결국 방법을 바꿨습니다. 참으려고 하기보다, 애초에 집중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보자는 쪽으로요.
가장 먼저 한 건 공간을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집 안에 작은 공간을 정해서 그곳을 업무 전용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크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중요한 건 “여기서는 일만 한다”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책상 위에는 필요한 것만 두고 나머지는 치웠습니다. 모니터, 노트, 물 정도만 두고, 다른 것들은 최대한 눈에 보이지 않게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는 영상도 안 보고, 다른 일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습니다. 평소에 편하게 쓰던 공간이 아니라서 그런지, 앉아 있어도 집중이 잘 안 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니까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책상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이제 일할 시간이다”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직접 해보니까 확실히 느껴졌습니다. 예전에는 계속 흐트러졌다면, 지금은 한 번 집중이 시작되면 흐름이 훨씬 오래 이어졌습니다. 의지로 버티는 것보다 훨씬 편했습니다.
시간을 정해두자 하루 흐름이 조금씩 정리됐습니다
환경을 바꾸고 나서 다음으로 신경 쓴 건 시간 흐름이었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가장 힘들었던 게 시작과 끝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조금만 더” 하다가 밤까지 이어지는 날도 많았고, 반대로 아침에는 계속 미루다가 늦게 시작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조금 더 분명하게 나눠보기로 했습니다. 아침에는 정해진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고, 일정 시간 동안은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식으로요.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끝나는 시간을 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일이 남아 있으면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다음 날까지 영향을 주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시간이 되면 일단 마무리하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랬더니 오히려 낮 시간에 집중하려는 의식이 더 강해졌습니다.
짧게 집중하고 잠깐 쉬는 방식도 도움이 됐습니다. 한 번에 오래 하려고 하면 금방 지치는데, 짧게 나눠서 하니까 부담이 덜했습니다. 대신 쉬는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오래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루를 시작할 때 해야 할 일을 몇 개만 정해두었습니다. 예전에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지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못 끝내는 날이 많았는데, 지금은 꼭 해야 할 것 몇 가지만 정하고 시작합니다. 이게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느낀 건 생산성은 의지로 버티는 게 아니라, 환경과 흐름을 만드는 데서 나온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더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 방식으로는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공간을 나누고, 시간을 정하고, 방해 요소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훨씬 수월하게 일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지금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가끔은 흐트러지기도 하고, 계획대로 안 되는 날도 있습니다. 그래도 예전처럼 하루를 통째로 날리는 느낌은 많이 줄었고 그 정도 변화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재택근무가 힘들게 느껴진다면,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앉아 있는 자리에서 스마트폰을 잠깐 치우고, 작은 공간 하나만 정리해보는 그 작은 변화가 하루 흐름을 바꾸는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